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건설산업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 과제이며, 이를 위해 건축물 탄소배출량 평가의 방식과 범위를 재정립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건축물의 전 생애 주기 관점에서의 탄소배출량 평가를 기반으로 건축재료에서 도시로 연결되는 멀티스케일 탄소배출량 평가 체계로의 확장과 더불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건축물 탄소배출량 평가기술의 개발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나아갈 목표일 것이다.
■ 전 생애 주기 관점에서 저탄소 건설기술이 적용 가능한 평가기술 필요성
기존의 건축물 탄소배출량 평가는 주로 운영 단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사용과 탄소배출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평가 방식은 운영 단계의 에너지 소비량 및 탄소배출량 절감에 기여한 부분이 있으나, 건설 과정에서 사용되는 건설자재나 시공 및 해체,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반영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건축물의 건설, 운영, 유지관리, 해체 및 폐기에 이르는 건축물의 전 생애 주기(Life Cycle) 관점의 탄소배출량 평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건축물의 전 생애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포괄적으로 평가하여 환경적 영향을 줄이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함이다.
건축물의 전 생애 주기 탄소배출량을 정량적이고 효과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탄소배출량 원단위 데이터베이스가 필수적이다. 현재 건설업계에서는 저탄소 건축자재 및 시공 기술 등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이러한 탄소저감 건설기술에 대한 탄소배출량 원단위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하며 이로 인해 이러한 탄소저감 건설기술이 반영된 건축물의 탄소배출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를 들어, 저탄소 콘크리트, 재활용 강재, 바이오 기반 목재와 같은 저탄소 건설자재는 건축물의 내재 탄소배출량 절감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나, 각 기술에 대한 탄소배출량 원단위 데이터가 부재 시 상기 기술이 적용된 건축물의 탄소배출량 평가에는 한계가 있다.
■ 건축재료/건축물/도시로 연결되는 멀티스케일 평가기술 필요성
건축물 탄소배출량 평가기술은 단일 건축물의 탄소배출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도시화가 가속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개별 건축물 단위를 넘어 도시 차원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도시 단위 평가에서는 건축물 간의 에너지 흐름, 공공 인프라, 교통 시스템, 신재생에너지 적용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시 내에서 재생에너지를 건물 간에 공유하거나, 탄소저감형 도시 계획을 도입하는 방식은 전체적인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멀티스케일 접근 방식이 필요하며, 이는 건축재료/건축물/도시로 이어지는 다단계 평가 체계를 통해 가능하다.
현재의 건축물 탄소배출 평가 기술은 국내 적용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글로벌화되어 있으며, 탄소중립 목표는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는 과제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평가 기술의 개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수준의 평가기술 필요성
한국은 세계 건설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건축물 탄소배출 평가기술 측면에서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시스템 개발이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앞으로는 한국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평가 기준과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건축물 탄소배출량 평가기술 개발은 단순히 기술적 혁신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국제 협력과 표준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한국은 이러한 흐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의 탄소 국경조정제도(CBAM)는 건설자재와 기술의 탄소배출량 평가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와 같은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세계 시장에서 적용함으로써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에 기여하는 역할이 가능할 것이다.
■ 탄소배출량 평가기술의 미래 전망
탄소배출량 평가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데이터와 기술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기반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탄소배출량 평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한국은 기존의 고도화된 건설 기술을 기반으로 국제적 수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평가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이를 통해 국내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이 되고, 탄소중립 목표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탄소배출량 평가기술 개발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정부와 건설업계 간의 협력을 통해 가능하며 정부는 규제와 지원 정책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고, 업계는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통해 이를 실현해야 한다.
건축물 탄소배출량 평가는 이제 전 생애 주기를 아우르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나아가 도시 단위와 국제적 수준으로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한국은 데이터 기반 평가 체계와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탄소중립 목표를 선도하고 세계 건설 시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건축물의 탄소배출량 평가기술을 기반으로 건축물의 지속가능성과 환경적 책임이 새로운 표준이 되는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태성호 한양대 ERICA 지속가능스마트시티융합인재양성교육연구단장
출처 : 한국건설신문(http://www.conslove.co.kr)